친구랑 컵라면을 먹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물을 붓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휘휘 젖더니 라면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컵라면은 설익은 게 맛있지 않아? " 이러면서요. 저도 동의합니다. 컵라면은 설익은 게 맛있죠. 꼬들꼬들할 때 먹어야 제맛입니다. 그런데 보통 '덜 익은'이라고 하지 않나요?
안녕하세요. 하루팡입니다. '덜 익은'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설익은'은 또 뭘까요? '설익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을 많이 보지는 못했거든요. 둘 다 맞춤법에 맞는 걸로 알고는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몰라서 한번 알아봤습니다.
덜 익다
*덜 : (부사) 어떤 기준이나 정도가 약하게. 또는 그 이하로(출처:표준국어대사전)
'덜'은 부사 입니다.
부사는 용언(동사 , 형용사)이나 다른 말 앞에 와서 그 뜻을 분명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덜 익다' 에서 '익다'는 동사입니다. 부사 '덜'이 앞에 오면서 뜻을 분명하게 해 주었네요.
중요한 것은 '덜'이 부사라는 겁니다. 부사는 문장에서 한 요소일 뿐입니다. '덜'은 부사 '익다'는 동사 각각 독립된 단어이기 때문에 띄어 써야 합니다. → 덜 익다
설익다
*설
설익다 : (동사)충분하지 아니하게 익다.(출처:표준국어대사전)
'설'은 접두사 입니다.
'설'은 고대 한국어에서 유래하여 세월이 지나면서 접두사로 굳어진 순우리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설'이 접두사 라는 것인데요.
접두사는 단어 앞에 붙어서 그 단어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단어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단어이기 때문에 붙여서 써야 합니다.
→ 설익다
그래서 , 사전에서도 '설' 을 단독으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습니다. '설익다'가 한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설익다'는 발음을 주의 해야 합니다.
'설' 접두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 또 중요한 게 발음입니다.
발음이 [설릭따] 입니다. 특이하죠?
왜 [설익다]가 아니라 [설릭따] 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준 발음법 제7절 음의 첨가 29항과 [붙임 1]에 따르면 ,
『제29항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 'ㄴ'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
☞ '설익다'에서 접두사 '설'의 끝이 자음'ㄹ'이고 접미사'익다'의 첫음절이 '이' 니까 'ㄴ' 음을 첨가하여 [설닉따]라고 발음이 됩니다. 이 상태에서 아래의 [붙임 1]을 보면
『[붙임 1] 'ㄹ' 받침 뒤에 첨가되는 'ㄴ'음은 [ㄹ]로 발음한다. 』
☞ [설닉따]에서 ㄹ받침 뒤에 '닉'의 'ㄴ'음이 [릭]으로 발음되어야 합니다. 결국 [설릭따]로 발음되는 것이죠.
결론은
'덜'과 '설'은 품사에서 차이가 납니다.
'덜'은 부사로 동사 '익다'를 꾸며주는 역할을 합니다. '덜(부사) + 익다(동사) →덜 익다 '로 각각의 단어여서 띄어 써야 합니다.
'설'은 접두사로 '설익다'라는 하나의 단어를 이룹니다. '설(접두사)+익다(동사)→ 설익다'로 하나의 단어 이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합니다. '설익다'
또한 '설익다'는 표준 발음 규칙에 따라 [설릭따]로 발음해야 합니다.
그런데 '라면이 덜 익었다'라는 표현보다 '라면이 설익었다'가 더 어감이 좋지 않나요?
그래서 앞으로는 저도 '설익었다'라고 말해 보려 합니다. 그게 훨씬 맛있는 느낌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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