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할아버지 두 분이 얘기를 하시는데 전세 사기에 대해 논쟁을 하시는 거 같더군요.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 그래서 요즘은 전세가 없어~. 다 삭월세여~ ." 그런데 듣고 나니 '삭월세' 인지' 사글세'인지 헷갈리더군요. 어떤 게 맞춤법에 맞는지 알아봤는데요. 맞는 이유가 좀 신기했습니다.
삭월세(朔月貰/초하루 삭, 달 월, 세낼 세)의 한자 朔(초하루 삭)의 뜻이 '음력 매월 1일'이라는 뜻입니다. 즉, 월세를 내고 사는 방이란 뜻이죠.
한자를 보면 "아~ " 하면서 이게 맞춤법에 맞겠구나 했는데, 틀렸습니다. '삭월세'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한자도 다 맞는데 왜 '삭월세' 가 표준어가 아닐까요?
그 이유를 이해 하려면 먼저 이것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표준어 규정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 1부 제장 제1절 제5항>>에 따르면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이면 그것을 표준어로 삼습니다'
위의 표준어 규정을 잘 보셨나요.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져서 널리 쓰인 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삭월세' 가 어원이긴 합니다만 사람들이 '사글세'로 계속 말해왔기 때문에 이것이 굳어져서 '사글세'를 표준어로 삼았다는 겁니다.
사전에 보면 '사글세'는 '사글'은 한글이고 '세(貰)' 만 한자어입니다. 즉. 어원은 한자어에서 온 '삭월세(朔月貰)' 이지만 이것이 한글화 되어 '사글세(사글貰)' 가 된 것이죠. ☞ 朔月貰 → 사글貰
*사글세(사글貰) :
1.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쓰는 일. 또는 그 돈.
2. 월세를 받고 빌려주는 방. 또는 월세를 주고 빌려 쓰는 방.
<<표준국어대사전>>
왜 '삭월' 이란 한자어가 '사글' 로 바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 아마도 발음상 [삭월] 보다는 [사글]이 편하기 때문에 발음하기 편한 [사글]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삭월 삭월 삭월 사걸 사걸 사글 사글 ... 이렇게요. 녜녜. 언어라는 것은 이렇게 시간이나 시대가 지나면서 변화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어원은 한자가 어원이라 '삭월세(朔月貰) 가 맞는 듯 하지만
어원에서 멀어져 '사글세'로 불리며 널리 쓰여 굳어졌기 때문에 '사글세' 가 표준어입니다.
사글+세(貰) . 즉 , '사글'은 이제 한자가 아닌 한글화가 된 것이죠.
삭월세 (x) → 사글세(O)
'몰랐던 것 요점정리 > 생활 속 맞춤법과 어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쭈꾸미 vs 주꾸미 / 맞춤법 - 매운 쭈꾸미 겁나 맛있다 (0) | 2024.03.02 |
---|---|
하극상 vs 상극상 - 어린 선수가 하극상을 일으켰다 (0) | 2024.02.27 |
평평하다 vs 편평하다 vs 평편하다 /맞춤법 - 바닥이 편평하지가 않다 (0) | 2024.02.26 |
추켜세우다 vs 치켜세우다 /맞춤법 - 그를 추켜세우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0) | 2024.02.25 |
체하다 vs 언치다 vs 얹히다 / 맞춤법 - 나 언쳐서 토했어 (0) | 2024.02.22 |
세배돈 vs 세뱃돈 / 맞춤법 (0) | 2024.02.11 |
귀향 vs 귀양 / 맞춤법과 뜻 - 설날에 귀향 한다 (0) | 2024.02.02 |
잇솔 vs 칫솔 vs 치솔 / 맞춤법 - 올바른 잇솔질 (0) | 2024.01.29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