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잠시 개어서 산에 올라갔는데 벌이 한 마리 날아왔다. 좀 큼직한 벌이 었는데 꿀벌은 아니었다. 친구가 나에게 물어봤다. "야 이거 좀 큰데? 여왕벌이나 수펄인가? " 그것은 그냥 말벌이었다. "야 튀어 ~ 그거 말벌이야" 역시 여름 산은 말벌을 조심해야 한다. 어딘가 근처에 말벌집이 있는 게 분명하다. 말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사건이 떠올라서 우리는 당장 산을 내려왔다. 무더운 여름은 독충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수펄이 맞나? 숫벌, 수펄 헷갈린다.
내려오면서 친구한테 물어보았다.
a : 야 너 아까 수펄이라고 했잖아. 숫벌이 맞는 거 아니야?
b : 그런 거야?
a : (에라이 .. 모르냐.. )
b : 쑤벌?
a: 그건 욕 아니야? ;;
나는 '수펄'이 맞는 줄 알았는데 , 혹시나 '숫벌'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헷갈린 것이다. 그래서 알아보았다.
헐 대박!
'수펄'도 아니고 '숫벌'도 아니고 '수벌'이 맞았다.
이런 수벌 ..
*수벌 : 벌의 수컷<<표준국어대사전>>
그러면 왜 '수벌'이 맞을까?
<<표준어 규정 2장 1절 7항>>에 따르면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 '수- '다음에 나는 거센소리를 인정하지만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 수평아리 ' 에 한한다.
☞ 즉, 수컷을 가리킬 때 {수캉아지 ,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 수퇘지, 수평아리 } 이 외에는 거센소리로 쓰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것들에 '수펄'은 포함되지 않으니까 거센소리 '펄'을 쓰면 틀리다.
그렇다면 '숫벌'은 될까?
'숫벌'도 틀리다.
왜 틀릴까?
마찬가지로 <<표준어 규정 7항>>에 따르면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 그러나 , 접두사 '수-'가 {양 , 염소, 쥐}와 결합할 때는 발음이 사이시옷으로 나므로 '숫-'으로 표기한다.
☞수컷을 나타내는 접두사는 원래 '수-'만 쓰는데 , 예외적으로 {숫양, 숫염소, 숫쥐} 이 3가지만 '숫-'을 쓴다는 것이다.
즉 , {양, 염소, 쥐} 이 3가지 이외에는 '숫'을 붙이면 안 된다.
'벌'은 {양,염소,쥐}해당하지 않으니까 '숫벌' 이라 쓰면 틀리고 '수벌' 이라고 써야 한다.
결론은
* 원칙 - 수컷을 나타내는 접두사는 '수 - '를 쓴다.
* '숫-'을 쓰는 것 - 숫양, 숫염소, 숫쥐
* '수-' 다음에 거센 발음을 인정하는 것 - 수캉아지, 수캐,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
위의 조건에 따라
'벌'은 {양, 염소, 쥐}가 아니어서 '숫'을 쓸 수 없고 → 숫벌(X) ,수벌(O)
거센 발음을 인정하는 것들에도 해당하지 않아서 거센 발음인 '펄'도 쓸 수 없다. → 수펄(X), 수벌(O)
수펄(X)
숫벌(X)
수벌(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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