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제주도 갔다가 사온 감귤 초콜릿이 있었습니다. 몇 개 안 남았었죠. 누나는 한 개도 못 먹었다며 , 시원하게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어놨어요. 먹지 말라고 했는데.. 아 그런데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한 개를 까먹고 있더군요. 아 이거 큰일 났다.. 어쩌지..
냉장고를 확인한 누나는 나에게 달려와 "니가 먹었냐? "
저는 안먹었다고 했습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살해당할게 분명했어요.
누나는 이렇게 말했어요. " 시치미 떼지 마라. 진짜.. "
저는 끝까지 시치미를 뗐습니다.
음.. 근데 시치미가 뭐지?
도대체 시치미가 뭐길래 떼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시치미가 뭔가요 예?!
▣시치미
1.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하여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
2. 자기가 하고도 아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태도
<<표준국어대사전>>
아주 옛날에 우리나라는 매를 이용하여 꿩 사냥을 많이 했습니다. 야생의 매를 바로 사냥에 부릴 수는 없겠죠. 매는 사납고 발톱이 아주 날카로워서 길들이기가 아주 어려운 동물입니다. 그만큼 훈련이 잘 된 매는 굉장히 귀하고 비쌌다고 합니다. 꿩을 엄청 잡아오니까요.
⊙시침 (시치미의 준말)
:바느질을 할 때 천을 맞대어 듬성듬성하게 대강 호는 일<<표준국어대사전>>
훈련을 하거나 사냥을 나갔을 때, 가끔 매가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거나 남의 집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찾으러 가면 그 집주인이 매를 자기 거라고 우기는 경우가 생겼어요. 매가 아주 비싸니까요. 그래서 찾기 쉽게 매의 꼬리 부분 깃털에 작은 이름표를 시침질을 해서 주인의 이름표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치미'입니다.
원래 시침은 시치미의 줄임말이고 바느질의 한 방법인 거죠. 시치미(바느질)로 붙인 이름표를 그냥 '시치미'라고 불렀나 봅니다.
▣시치미 떼다
: 자기가 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알면서 모르는 체하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그런데 시치미(이름표)를 달아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훈련된 매는 귀하고 비싸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매의 원래 시치미를 떼고 자기 이름이 적힌 시치미로 바꿔치기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아닌 척하고 있는 거죠.
원래 매 주인이 이렇게 말했겠죠.
"내 매 여기로 들어가는 거 봤다~ 너 시치미(이름표) 떼지 마라 ~ . 떼면 재미없을 줄 알어~ "
이런 유래로 현재의 '시치미'라는 의미가 생겼다는 아주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시치미 떼다' 로도 사용하고요.
"시치미 떼지 마라."
그냥 '시치미' 만 쓰기도 하죠. 이렇게요.
"어디서 시치미야? 확 마!"
.
결론은
시치미는 시침(바느질의 한 방식)을 해서 매의 꼬리에 붙여놓은 이름표고요.
이 시치미(이름표)를 떼고 안뗀척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래되어 '시치미 떼다'라는 말이 생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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